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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에 대하여/책을 읽고 남기는 글

[책]임계장 이야기 - 조정진

by 글쓰는 홍차 2020. 5. 30.


이 책은 38년간 공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은퇴를 하고 생계를 위해 비정규직으로 (아무 데도 갈 데가 없어서) 일하게 되는 이야기다

38년이나 공사에 다녔으면 노후가 탄탄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첫 번째 퇴직금으로는 딸 결혼하는데 써버리고 임금피크제 이후 퇴직금은 아파트 대출금을 막기 위해 지불하고나니 생계가 막막해져 일을 해야만 하게 된다. 딸과 10살이나 차이나는 어린 아들은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대학을 졸업하면 전문대학원을 진학(3년)을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계속 가족을 부양해야만 한다. 이 부분에서 참. 가슴이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부모님들은 얼마나 희생해야 하는 부분에서 나도 부모님께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요즘 뉴스에 갑질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의 대립하고 결국 경비원의 자살로 마무리되는 뉴스를 듣고 잠시 가슴 아파하고 눈살을 찌푸리고 잊어버리곤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이나, 노인을 위한 생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팔팔한 30대를 지나 40대를 진입하니 이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도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 데다가, 밖으로 나가 전문직으로 일하기도 애매하게 되어버린 경력으로 고민이 많아지고 있는데 주변에 홀로 사시면서 폐지 주으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은 분의 모습을 보고
나의 노후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고민과 함께 이제서야 이렇게 소외 약자들의 입장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20년(벌써 그렇게..!) 전쯤에 일하셨던 회사에서 퇴직을 하셨다. 나도 잘 아고 지내는 아빠의 동료분은 회사를 나오자마자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업을 하셨다고 했다. 60만원에 가끔 놀러가는데 일을 나가야 해서 참석을 못하시곤 했는데, 취미가 아니라 자식들이 독립을 못하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셨겠구나를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지금의 회사에서 견뎌라라는 말씀을 하곤 했고 나는 그 소리가 그렇게도 싫었는데 정규직 회사를 나와 막상 다시 취업을 하려고 해도 60만원짜리 직업을 구하기도 힘들었다는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의 경험에 의한 조언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너무나 힘든 이야기이지만 아파트 경비원으로 지내면서 빌딩 경비원으로 지내면서 또 고속터미널의 버스 회사의 배차 및 탁송 관리를 하는 일을 하면서 겪는 일들을 기록했는데 어느 곳도 아프면 그만둬야 하는 곳이고 일을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물품을 지급해주는 곳이 있지도 않는다. 또 휴게시간 또한 24시간 일하는데 불포함이하고 한다. 불합리하지만 버틸 수 밖에 없는 그런, 일하고 싶은 노인들은 많고 일자리는 적은. 그런...세상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숨이 정말 많이 나온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을까? 어떻게 체계를 바꿀 수 있을까? 읽고나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저 무력감이 든다.

책에서 나온 말 중에 어떤 사람이 “노인도 추위를 타나요?”에 기겁했다.

“화려한 시절은 빨리 잊어야 한다” 면접관의 첫마디는 ‘화려한 시절에 관한 것이었다’ “나도 지나간 시절은 화려했어요. 당신도 이제 화려한 시절은 갔으니 그 시절을 빨리 잊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바닥에서 살아갈 수 있소”내가 살아온 세월들을 화려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시급 노동의 세계에 몸을 맡기고 나서야 지난 세월이 상대적으로 화려한 시절이었음을 알았다. (p.20) 
임계장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어느덧 나는 임계장을 내 삶의 2막에서 얻게 된 새로운 이름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래, 이제부터 내 이름은 임계장이다 (p.39) 
“아빠, 저 경비 아저씨, 참 힘들겠네” 아빠가 대답했다. 
“응, 많이 힘들 거야. 너도 공부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창졸간에 나는 공부를 안 해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이가 없어 아빠를 한참 쳐다봤더니 무안했던지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이런 일이 공부를 못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나는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그래도 저녁에 일을 하려면 밥은 먹어야 했다. 오늘도 지하실의 퀴퀴한 냄새에 적응하려 애쓰며 도시락을 꺼내 들었다.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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