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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에 대하여/책을 읽고 남기는 글

[책][추천] 컬러 퍼플 - 앨리스 워커

by 글쓰는 홍차 2020. 4. 10.

책을 읽게 된 동기?


문학동네 북클럽에 가입했다. 제목부터 끌리는 이 책 컬러 퍼플을 선택 도서로 골랐고(퓰리처상 수상작이라 고른 것도 있습니다). 마침 어제 택배가 도착했다.
오늘은 회사 쉬는 날이라, 이 책을 아침부터 펼치는데...
처음엔 종교적인 서문에 하느님, 구원 종교적인 색채가 강해서 뒤표지를 다시 넘겨보게 되었고, 다행히 내가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첫 장을 펼쳤다.
흑인 여성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한국에서도 우리네 여성의 삶은 나아지진 않았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을 읽고 좋았던 점은 순식간에 서사를 따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흡입력이 강해서 울면서 볼 수밖에 없는 책인데, 후반부터는 그물처럼 엮인 사건과 인물들이 흥미로웠다. 마지막엔 가족들이 재회하기도 하고,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해피엔딩일까 과연(?)

생각하게 하는 점은?

여자들이 연대해서 여자가 여자를 구하는 장면이 좋았다. 특히 슈그에 빠져서, 가장 행복해 하는 순간이 나오는 장도, 슈그를 간호하고 병이 조금 호전되어 퀼트 바느질하며 작은 초콜릿 상자가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너무 가혹한 일들을 많이 겪는 셀리에 대해 인생이 참 피곤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소설은 현실은 100% 반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의 마지막도, 결국 가족을 재회하지만 흑인 여성의 권리나 대우가 올라간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괜찮아졌는가?라고 한다면 한국의 N번방 사건 등을 보더라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여성들은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일을 당하는데 방법이 사이버 성범죄라든가, 가스라이팅 당한다거나, 코르셋 세게 조이게 하는 등으로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결국 우리는 계속 싸워야한다고 생각한다.

-- 이야기들 --




"하느님," 이라는 편지체로 시작되는데 시작은 셀리가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서 아기를 갖게 되고 그 아기는 버려지고 동생도 같은 일을 당할까 봐 자신이 스스로 몸을 바치기도 하다가 사랑하지 않는 남편에게 팔리듯 결혼을 한다. 남편은 사실 동생인 네티와 눈이 맞은 상태였는데 아빠가 동생은 어리니(어리지도 않았지만) 결혼시킬 수 없으니 첫째인 셀리와 결혼하라고 해서 팔리듯 결혼을 하게 된다. 남편은 그녀와 결혼하여, 그의 아이들을 돌보며 가정일을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폭력도 행사한다. 배설하듯 성관계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 남편이 사랑하는 사람은 사실 슈그 에어버리였다. 사실 셀리도 슈그 에어버리를 처음 남편이 사진을 떨궈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부터 반했었다.
네티도 집을 떠나 셀리의 집에서 한동안 머물게 되는데, 셀리의 남편이 네티에게 집적 거리다가 먹히지 않자 내보낸다. 네티는 그렇게 셀리의 집을 떠나게 된다.

아이들 기어오르게 하지 마. 네티가 말했어요. 누구한테 힘이 있는지 확실히 알려줘야 돼.
그 애들한테 있어. 제가 말했어요
하지만 네티는 자꾸 말해요. 싸워야 해 싸워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싸우는 법을 몰라요 제가 아는 거라곤 그저 목숨을 부지하는 법뿐이에요 (p.39)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인, 남편의 여동생 케이트가 옷가게에 데려가서 옷을 고르게 하는 장면이다.

슈그가 여왕처럼 느껴져서 저는 케이트에게 말했어요. 보라색이 좋은데, 붉은색을 약간 곁들여도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둘러봐도 보라색은 없었어요. 붉은색은 많았지만 케이트가 말했어요. 아니, 오빠는 붉은색은 사주지 않을거야. 너무 행복해 보이니까. 우리가 살 수 있는 건 갈색과 밤색, 아니면 남색이야. 저는 남색으로 하겠다고 했어요 (p.44)

그리고 연결되는 스토리들은 첫째 아들인 하포가 교회에서 반하여 결혼까지 하게 되는 소피아가 집으로 들어오는데, 소피아와 셀리의 관계. 그리고 소피아와 하포의 싸움, 소피아의 백인 시장과의 충돌.

하포한테 절 때리라고 하셨잖아요. 소피아가 말했어요.
아냐, 안 그랬어. 제가 말했어요
진심은 아니었어. 제가 말했어요
그럼 왜 그런 말을 하셨어요? 그녀가 물었어요
그녀는 제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서 있었어요. 지친 표정으로 입이 벌어져 있었어요
제가 말했어요. 내가 바보라서 그래. 너한테 질투가 나서 그랬어. 내가 못하는 걸 너는 하니까
제가 뭘 하는데요? 그녀가 물었어요
싸우잖아. 제가 말했어요.
그녀는 제 말에 할 말을 잃은 것처럼 한참 서 있었어요. 화난 표정이 슬픈 표정으로 바뀌었어요 (p.70)

남편이 슈그 에어버리가 아파서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해서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몇 달 동안 함께 보내면서 지낸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슈그 에어버리에게 사랑을 느끼는 셀리는 그녀가 있는 집이 행복해하는 것이다.

세상이 무슨 상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문득 보니깐 제가 슈그 에이버리와 OO 씨 사이에 앉아서 퀼트를 바느질하고 있었어요 우리 셋이 나란히 앉아 있고, 앞에는 토바이어스와 작은 초콜릿 상자가 있었어요. 평생 처음으로 딱 좋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p.92)

후반부는 네티의 편지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아무런 편지가 없어 어떻게 지내는지를 궁금해했는데 남편이 편지를 숨긴 것이었다. 배신감에 치를 떠는 셀리는 슈그와 함께 멤피스로 떠난다. 그때부터는 셀리는 하느님이 아닌 네티에게 보내는 편지로 바뀌고, 슈그의 집에서 서성이다가 바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마침내 완벽한 바지를 한 벌 만들었어. 당연히 내 사랑 슈그를 위한 바지였지. 부드러운 남색 편직물에 조그마한 붉은색 패치들을 덧댔어. 그런데 이 바지의 정말 좋은 점은 아주 편하다는 거야. 슈그는 길에서 몸에 나쁜 음식을 많이 먹고 술도 마셔서 배가 나왔거든. 그래서 이 바지는 옷맵시가 흐트러지지 않으면서 크기가 늘어날 수 있게 했어. 슈그는 짐을 싸서 다니니까 옷에 주름이 지는 게 문제인데, 이 바지는 부드러워서 주름도 잘 안 생기고 천에 새겨진 작은 그림들은 언제나 활기차고 유쾌해 보여. 또 발목 부분이 넓어서 슈그는 이걸 롱드레스처럼 입고 노래할 수도 있어. 거기다 슈그가 이걸 입은 모습은 정말 눈부셔. 셀리, 너는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야 그녀가 말했다. (p.279)

삐약이를 위한 바지도 만들어서 건네준다.

삐약이가 바지 하나를 마음에 들어하며 말했어. 아줌마, 제가 이걸 입어봐도 되나요?
삐약이는 노을빛 바지를 입었어. 주황색 바탕에 회색 얼룩이 조금 섞인 바지지. 삐약이가 옷을 입고 나왔는데 아주 멋졌어. 그레이디는 삐약이를 삼켜버릴 듯이 바라보았어. (p.279)

네티를 생각하면서 바지를 만들기도 한다.

네티, 나는 너를 위해 아프리카의 더위를 막아줄 바지를 만들고 있어. 부드럽고 얇은 흰색 천으로, 허리는 끈으로 졸라매는 거야. 이걸 입으면 너무 덥거나 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거야. 이 바지는 손으로 만들 작정이야. 한 땀 한 땀이 네게 보내는 키스가 될 거야. (p.281)

소피아를 위해서도 바지를 만드는데 독특하게 보라색과 빨간색이다. 아마도 소피아는 행복해져야 한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나는 지금 소피아의 바지를 만드느라 바뻐, 바지통 한쪽은 보라색이고 한쪽은 빨간색이야. 나는 소피아가 이 바지를 입은 꿈을 꾸는데, 어느 날은 그녀가 기뻐서 구름까지 뛰어올랐어(p.284)

이 후반부도 참 기구한 이야기가 많은데, 네티는 아프리카로 선교 활동을 위해 떠난다. 셀리를 성폭행했던 사람은 친아버지가 아니라 의붓아버지였고, 친아버지는 매우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는데 백인들에 의해 무참히 죽임을 당한 것이었다. 아이들은 사실 아기가 없었던 선교사들에게 보내졌던 것이고, 오해했었지만 네티는 그들과 함께였던 것이다. 네티와 셀리의 아이들인 올리비아, 타시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이뤄진다. 소피아가 감옥에 가는 것 대신 백인 시장의 집에서 하녀 노릇을 하면서 만난 시장의 딸 엘리너 저넌과의 관계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엔 결국 아프리카에서 돌아와 재회하는 장면이다.

이 책을 추천하는가?

이 책 매우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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