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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에 대하여/책을 읽고 남기는 글

[책] 내 휴식과 이완의 해 - 오테사 모시페그

by 글쓰는 홍차 2020. 4. 13.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이 책은 마거릿 애트우드와 김하나 작가가 추천했다고 해서 눈길을 끌었는데
제목이 정말로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이었다. 나야말로 지금으로부터 1-2년만 휴식과 이완의 해로 가지고 가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러나 처음 읽자마자. 이 주인공에 대해서 호감보다는 비호감이었다. 다 갖춘 사람의 징징거림같은 느낌… 예쁘고, 돈 많아, 그런데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주인공….3년 동안 유지할 만한 부유한 뉴요커. 잠을 자기로 결심하고, 그 과정을 그린 이야기

주인공이 묘사하는 친구가 있는데, 굉장히 허세적이고 속세에 찌든 사람인데, 나와 비슷한 느낌이라 주인공이 비난하면 나를 욕하는 것 같아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그렇다 나는 그저 현실주의자이자 속세인인 리바에 대해서 더 많은 공감이 간다.

느낀 점은?

주인공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2-3년 버틸 수 있는 자본과 뉴욕에 있는 아파트와 유산과 똑똑함과 미모와 재능 그런 것들을 다 갖춘 사람이기 때문에 주인공에 대해 몰입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2021/09)그런데 한참을 지나 다시 이 책을 생각하니, 나는 나의 잣대로 이 주인공을 생각했던게 아닐까? 돈이 많다면, 그런 고통(혼자만이 남셔졌다는 공허감)을 감내해야만 하는게 맞다라고…

그녀의 부모가 죽고, 남자 친구와는 헤어지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잠을 자기 시작했다. 점점 약물 중독처럼 약을 찾으며 잠을 자도록 하는데, 이건 평안한 잠이 아닌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2021/09)요즘, 수면제를 먹고 있어서 그런지, 나도 수면제로 겨우 잠을 자는 상태가 1년 이상되고 있다. 2년 내내 그냥 잠만 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왜 그녀가 그렇게 세상을 등진 체, 수면속으로 빠져들고 싶었는지 깊이 이해가 되었다. 물론 이건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음. 무기력해짐. 자신도 자신의 행동을 제어할 수 없음…..


왠지 알함브라의 궁전에서 주인공이 게임에서 거의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싸우다가 치명적으로 다치고 꿈을 꾸지 않기 위해 수면제와 신경 안정제를 복용하여 1년간 잠을 자면서 회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조금 더 회복기라고 생각되는 장면이었는데. (둘 다 약물이긴 하다. 약물에 찌든 모습이 보기 싫었다. 과연 치유될 수 있을 것인가. 258 페이지까지 읽다가 6개월이 넘었는데도 조금 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멈췄다..ㅜㅜ)

"하지만 그 잠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내 인생 전부가 가능한 최악의 방식으로 번쩍 거렸고, 보잘것없는 모든 기억, 그때 그곳에 나를 있게 한 모든 사소한 일들이 정신을 가득 채웠다(p.58)
그리고 내 경우에 해당하는 증상은 '허약한 감정 상태와 불면증으로 인해 경미한 정신병과 공격성을 일으키는 심각한 피로감'이라면서 처방전 양식에 그렇게 쓸 거라고 말했다. (p.60)
아 잠이여, 잠 말고는 그 무엇도 내게 그런 쾌락을 그런 자유를 의식에 깨어 있는 고통에서 해방되어 느끼고 움직이고 생각하고 상상할 능력을 주지 못할 것이다 (p.65)


충분히 외로움과 괴로운 마음이 전달이 되어서 이 책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를 보기 위해 페이지를 넘기는 나를 발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없는 것과는 다르게 나의 외로움이 불쑥 고개를 찾았고.
이 코로나 시대에 갇혀버린 나의 일상(회사와 집을 오가며, 회사 사람들과 업무적인 이야기만을 하고, 나의 무능력감에 대해서 괴로워만 하고 직장동료에게 약간의 호소를 내비치는 그런 그런 일상)에 대해 문득 외로움이 느껴졌다.

나는 혼자인게 편하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무척 외롭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 이전에는 사귀지는 않지만 일상의 조그마한 일들을 공유하고 깔깔거리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없어진 관계로 갑자스럽기 외로움이 고개를 드는 걸까.

그녀의 억압, 속이 빤히 보이는 부인, 차에 탔을 때 부질없이 나와 함께 고통을 나누려 하던 일, 그 모든 것이 어떤 식으로든 내게 만족감을 주었다. 리바는 나 혼자서 닿지 못하는 가려운 자리를 긁어주었다. 자신이 대면한 심오하고 진정하고 고통스러운 무언가를 그토록 상투적으로 정확히 표현함으로써 망쳐버리는 그녀를 보며 나는 이유를 찾았다. 그녀를 멍청이로 여길 이유, 그래서 그녀의 고통을, 그리고 더불어 내 고통까지 깎아내려도 된다고 생각한 이유를. 리바는 내가 먹는 약과 같았다. 모든 것을, 심지어 미움과 사랑까지도 가볍게 쳐낼 수 있는 솜털로 변화시켰다. 내가 원하는 상태가 정확히 그런 것이었다. 내 감정이 지나가는 차의 전조등 불빛처럼 창문으로 부드럽게 들어와 나를 훑고 지난 뒤 어렴풋이 친숙한 무언가를 비추다가 다시 나를 어둠 속에 남겨두고 떠나가는 상태. (p.207)

여기서도 컬러 퍼플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된다. 수면제를 먹으며 영화를 돌려가며 보는 일상 속에 컬러 퍼플 영화를 보고 슬픔을 상기시키는 것.

나는 쉬는 동안 침대에 누워 있거나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거나 읽거나를 반복한다. 생각이라는 것을 할 틈을 마련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침잠하는 마음을 다스릴 수 없어 괴롭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더 그렇다.
책장을 넘기면서 빨리 주인공이 회복해서 정상화되기를 바라면서 보았다. 2/3까지는 정상적이지 않다 수면제를 먹고 자고 자고 또 자기를 반복하면서 의식이 없는 사이에 자신이 뭔가 다른 일을 하는 것도 모르는 그런 생활을 보니 좌절감이 느껴진다.
258 페이지까지 읽었다가 잠시 쉬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설자의 글을 먼저 읽었는데 나에게 희망을 주지 않는 / 못하는 책을 더 이상 읽을 이유가 없다. 답답하기만 하다.

추천하는가?

읽다가 멈춘 책이라 추천을 할 수가 없다.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위로가 되는 책은 절대로 아니고, 반대로 마음이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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