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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끄적거림/일기

2월의 기록(일기)

by 글쓰는 홍차 2021. 2. 2.

2월 2일

 

1월이 지나 벌써 또 2월이 되어버렸다. 

날씨는 조금 풀린 것도 같고,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좋은 점은 덜 피곤하다는 점인데, 집은 조금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거실에 커다란 모니터와 책들이 쌓여있으며, 포스트잇도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 있다. 

 

뭘 하는지 모르겠는 나날들...

하루하루가 1년을 만들고, 그 1년이 10년을 만들어간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자
요즘 프렌즈를 또 잘 못 보고 있다. 영어 라이팅 구독을 시작했다. 이슬아 작가 구독 메일이 오고 있어 기쁘다. 알라딘에서 아작 100권 전자책 세트를 구매했다.
여전히 많은 것들을 구매하고 소유하면서 또 버리려고 한다. 읽으면 처분하기 위해 읽은 책을 따로 모아놓고 있긴 하다. 곧...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겠지

 

2월 10일 

국립 현대 미술관 - 덕수궁관에서 하고 있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를 보고 왔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 10시에 입장을 했는데 사람들도 기다리고 있더라. 1층에서는 조금 붐비다가 (내가 빨리 본 것인지도..) 2층은 한적해졌다. (그러나 이날 알엠도 다녀갔더라는 반가운 사실)

예술가들의 연합, 미술을 하면서도 문학을 했던 사람들, 그들의 만남과 그들을 잇는 문학 

인상적이었던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지만 천경자 화백에게 반하고 온 일이다. 

이때부터 천경자 화백 관련 책을 찾아보고 있다. 

 

2월 11일

오래간만에 90점짜리 기분. 행복감이 밀려오는 하루
단정하게 꾸민 작업방에서 책을 읽고, 커피 마시고 생각하고, 또 앉아서 읽기를 반복. 행복했다

 

2월 26일 

<AMPA, Chapter Three> 전시회를 다녀왔다. 가이드가 꼼꼼해서 매우 좋았다. 소장품 전시회지만, 늘 콘셉트가 변하기 때문에 잘 봤다가 보면 좋다 (11,000원, 예약 필수,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 가장 인상적인 건, 최우람 작가의 울티마 머드폭스 종을 만들어버리는 작가의 능력이랄까, 물고기처럼 유영하며 그림자와 어우러져서 환상적인 (어둠 속의 공간)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 게리흄의 두 번째 파라다이스 페인팅 - 단순한 선과 색으로도 아름답게 형태를 만들어내는데 단순하여 눈이 간다. 

* 도널드 모펫의 미나리아재비꽃 - 설치미술처럼, 단순하게 덧댄 네모 상자 같은 것을 각각 교차하는 지점을 벌려서 만들었는데 이렇게 단순한 아이디어로 예술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역시나 감탄함 - 자꾸 눈이 가는 느낌 (물론 제이홉의 탄생화가 미나리아재비꽃이라는 그런 건 아니고..) 

*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도 있어서 봤다. 신기한.. 느낌 

 

 

2월 28일 

 

미완의 환상여행에서 천경자 화백은 죽기 10년전 (미국에서 죽음)에 한국에 와서 자신의 작품 90여 점을 서울 시립 미술관에 기증을 한 것으로 나왔다. 천경자 화백의 다른 그림들도 너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전시회(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에 다녀왔다. 다른 전시도 간 김에 둘러봤지만, 천경자 화백의 그림은 너무 멋있었다. 종이에 색채를 한 건데 사실은 유화 느낌이 나기도 하고 동양적인 느낌과 서양적인 느낌을 모두 가진 것이다. 게다가 펄을 넣은 듯 그림이 간간이 반짝이는데 그게 색칠을 여러 번 덧칠하면서 은은하게 광택을 내는 것이라고, 천경자 화백은 그림을 단숨에 그리지 않고 수년에 걸쳐서 그림을 고치고 또 고치고 해서 내는 그림이라고, 자식들처럼 키운 그림이라 외출하고 돌아오면 '잘 있었어?'라는 말을 하면서 애지중지하고, 그림을 별도로 팔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 전시회를 보면서 아.. 이 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더 깊게 들었다 (특히 그 전시회에는 그녀가 쓴 책들을 전시해 놨는데 표지들도 너무 예뻤고, 그녀들이 어떤 생각을 넣었는지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2월의 마지막날들은 연휴라 행복했다. 이렇게만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미술관 가고 도서관 가서 빌려온 책 읽고, 밥을 지어먹고,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는, 나를 소모하며 일을 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그런... 

 

이렇게 2월도 끝났다. 이제 3월로 가자 

 

 

2월의 읽기

완독 한 책 

  •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가게 
    • 선한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인데, 처음 2/3에 대해서는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 술사의 이야기처럼 원하면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의 손길로 다 이룰 수 있다류의 자기 계발서인지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그렇게 성공하고 다시 실패하고 돈은 300억 정도 남길 수 있었지만 훌훌 털어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 거듭나서 행복하다 이런 이야기였다. bts 권장 도서이며 이 책을 읽고 그들이 생각하는 바를 잘 알 수 있고, 그들이 말하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 새벽의 방문자들 - 페미니스트 소설 
    • 장류진 작가의 새벽의 방문자들 단편을 읽고 그 상세한 심리적 묘사에 치를 떨며 읽었다.
  •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 커플이 있는데 이 커플들 틈 속에 다른 남자가 오고, 이 남자와 불륜이 된 커플은 집을 차지하기 위해 남편을 죽이고, 사실은 누가 죽였는지를 밝혀나가는 과정 중에 그들의 신뢰가 깨져서 속고 속이는 과정 속에 떠돌이 남자는 그 여자마저 죽이는.. (역시 남자란..) - 민음사 TV에서 추천받아 읽게 된 책인데, 생각보다 서스펜스, 이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아마 그런 내용이라는 것을 기대하고 봤기 때문이다. 조금 일찍 시작했는데 이번 달에야 완료하게 되었다. 
  •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필즈상을 거부하고 은둔한 기이한 천재 수학자 이야기) - 천재 이야기라면 두 손 모아 환영하는 나에게 최적화되어 있는데, 푸앵카레 추측이라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보지 않고 있다가 요즘 위상 공간, 위상 수학에 관심이 있게 되면서 집에 있는 책 읽어나가기 시작하고 있다. 요즘 4차원 공간에 대해 왜 이렇게 관심이 가는 것인지.. 푸앵카레가 내던진 추측 ' 어떤 하나의 닫힌 3차원 공간에서 모든 폐곡선이 수축되어서 하나의 점이 될 수 있다면, 이 공간은 반드시 원구로 변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수학자들이 7차부터 점점 차수를 좁혀오면서 증명하는 것이 신기했고, 정작 이 문제를 푼 페렐만은 위상수학이 아닌 미분기하학으로 증명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안에 내용 말한 건 정작 잘 이해하지 못하고 흥미롭게 읽었다 
  • 미완의 환상여행(유인숙 지음) - 천경자 며느리가 쓴 책으로 같이 살고 집은 다르지만 같은 동네에서 살아서 돌보는 동안 함께 지낸 가족으로서 보고 느낀 점에 대해 쓴 책으로 헌신적인 며느리의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태도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예민한 예술가를 둔 가족으로 느끼는 점에 대해 쓴 느낌. 다른 책 보다 미술에 대한 비평이 덜 섞여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가 생각나는 지점이 몇 군데 있었다. 모계 가족이라는 점(천경자 어머니, 천경자, 그리고 그녀를 돕는 여성들, 며느리 - 남편이 해외 장기 파견 나가는 바람에)과 천경자 화백이 남자들에 의해 시련을 당하지만 그를 극복하고 홀로이 나아가는 점(두 번째 남편을 만났는데, 사실은 유부남이었고 - 이것으로 욕도 많이 먹었을 것 같은데, 20년 동안 끊지를 못했던 상황), 그리고 그녀를 둘러싸고 어찌나 많은 스캔들과 위험이 있었는지 또 한편으로는 전시회가 성황리에 마쳐서 스타덤에 올랐던 지점, 책을 여러 권 썼다는 점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물론 다른 지점도 많긴 하지만.. 천경자 화백 입문서로써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다른 책도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천경자 화백이 직접 쓴 책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절판에 중고가가 비싸다, 주변 도서관에는 없고 어느 도서관에 있는지를 찾아서 꼭 읽고 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읽는 중 

  • 사이보그가 온다 - 김초엽, 김원영 변호사의 사이보그(장애를 보완하기 위해 기계를 설치하는 것도 어찌 보면 사이보그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렇게 인식할 수 없었던 점)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기술과 장애인과의 관계, 또는 취약자가 될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다. (아직 4장까지 읽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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