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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에 대하여/책을 읽고 남기는 글

[책][추천] 딩씨 마을의 꿈 - 옌롄커

by 글쓰는 홍차 2019. 11. 24.

아 이 책 정말 너무 몰입감 있다. 그리고 몇 주전에 가만한 당신에 나왔었던, 왕슈핑의 부고가 나서야 에이즈 창궐했던 시기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0311229047352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매혈에 대한 이야기만 알고 있었지, 그로 인해 에이즈 파동이 일어났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정말 뭔가 비현실적인 일이다. 할아버지는 꿈을 바탕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아주 조금 미리 알게 되는 것 같은데 뭔가 꿈속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현실이라 그렇게 구성한 게 아닌가 싶다. 

소설은 12살의 소년이 마을 어귀에서 토마토를 먹었는데 독약이 뿌려져 있었다.그걸 먹은 화자는 죽고, 화자의 할아버지인 딩수이양과 아버지인 딩후이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하다. 

딩씨 마을은 가난한 동네였다. 가난한 동네에서 매혈로 마을을 잘살게 해 준다고 하면서 매혈을 권한다. 화자의 아버지는 매우 돈을 좋아하며,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하는 것을 보여준다. 얼마나 사람이 악독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 배경에는 선생이라고 책을 많이 읽고 글을 가르친 딩수이양도 한 몫한다. 옆의 부유한 마을로 견학을 같이 가서 얼마나 부유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매혈을 홍보한다. 그렇게 매혈이 성행하자, 딩후이는 채혈실을 꾸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았고, 채혈실에서는 가격을 위해 바늘을 여러 번 쓰고, 한 번 썼던 솜도 재사용하게 되어 문제가 발생한다. 그로 인해 에이즈가 창궐했을 때에는 정부에서 무료로 주는 관을 빼돌려서 사람들에게 비싼 가격에 팔기 시작한다. 딩씨 마을에서는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이를 바득바득 갈고, 할아버지인 딩수이양도 에이즈가 창궐했을 때 개두를 시키면서 개두를 하지 않은 큰 아들의 목을 조르기도 하는데, 그 이후에도 큰아들은 계속적으로 악덕한 일을 저지른다. 딩씨 마을을 뜨기 위해서 관을 팔아 도시로 가게 되고, 그 이후에는 영혼결혼식으로 돈을 구하게 된다. 결국에는 자신의 아들인 화자도 더 높은 권력을 가진 자의 딸(5살이나 많고, 절름발이)과 결혼을 시킨다. 

에이즈가 발병하자, 마을에서는 학교를 기점으로 발병자들이 모여 생활하게 되고, 여러 사건이 있지만 그 중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건 화자의 삼촌과 사촌지간인 링링의 사랑이야기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죽음. 화려한 장례식 후에 도굴당하는 이야기 이 도굴을 당하자 딩수이양은 이제껏 죄책감으로 살아왔던 날들에 대해 후루룩 풀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화자의 영혼 결혼식이 일어난 날, 딩수이양은 이를 갈고 자신의 부를 위해 사람들을 희생시킨 큰아들의 뒷덜미를 후려쳐 죽인다. 

이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굉장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며,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상황에서의 행동들을 살펴볼 수 있다 죽음을 앞두고서도 촌장을 나타내는 관문서를 가지고 싶어 할아버지에게 부탁하는 사람이라던가, 링링의 결혼 문서에 대한 집착이라던가, 영혼결혼식에 쏟아붓는 사람들의 심리라던가, 다른 사람들은 식량이 없는데 윗사람만 잘 먹고 잘 산다는 거라든가. 

아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면, 내 정신도 홀딱 책에 빠져들어서 고통과 연민이 함께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강렬하게 너무 여운이 남는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중국에서는 금서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사람이 죽는 것이 나무에서 나뭇잎이 떨어진 것과 같았다. 등불이 꺼진 것과 같았다.
무덤을 파고 사람을 묻는 일이 삽을 들어 마을 어귀에 구덩이를 파고 죽은 고양이나 개를 묻는 것만큼이나 순조로웠다.
슬픔도 없었고, 울음소리도 없었다.
울음소리와 슬픔은 말라버린 강과 같아서 소리도 없고 호흡도 없었다.
사람들의 눈물은 맑게 갠 날 허공에 떨어지는 빗방울만큼이나 희박하여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말라버렸다.
그리하여 별로 대단한 일이 없게 되었다.
우리 삼촌과 링링, 딩샤오유에와 쟈껀바오를 단숨에 다 묻어버렸다.
전부 묻어버렸다”(p.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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